Page 44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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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재물을 주지 않는 것이 그대를 독사의 구덩이에서 구해 주
는 것이라고 말합니다.어느 모로 생각해 봐도 끝내 비루하고
인색한 마음을 버리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은 바가 있으면 자기가 평일에 듣고 이해
했던 것은 거짓 마음이었으며,인색하게 아끼고 애석해하는 것
이 자기의 솔직한 감정이었던 것입니다.진솔한 감정은 겉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습니다.마음의 밑바닥에 들어 있어 통철히
깨달아 그 밑바닥을 털끝만큼의 찌꺼기도 없이 뒤집어 버리지
않으면,잠깐 사이에 다시 눈앞에 나타납니다.비록 갖가지로 오
묘하게 이해했다고 해도,이것은 신을 신고 그 위를 긁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덧없는 생사(生死)를 생각하는 것은 참된 마
음이며,들뜬 알음알이와 거짓 이해는 반드시 버려야 할 것입니
다.”
13.시비를 따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무리 작은 털끝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자기의 눈이 깜
짝거리는 것은 스스로 보지 못하며,천 근의 무게를 드는 사람
도 자기 몸은 들지 못한다.”옛 사람의 이 비유는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쉽지만,자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
는 어두운 폐단을 잘 말해 주는 말이다.도반들과 이 문제를 의
논했는데,손님 중에 그때의 그 문제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