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P. 47
東語西話 上 47
이다.형계(荊溪:711~782)스님께서는,“진제는 모든 법을 부정
하고,속제는 모든 법을 긍정하고,중도제일의제는 모든 법을 회
통한다”고 하였다.그러므로 옛 가르침에도 “이치로는 본래 진
제와 속제 둘이지만,깨닫고 보면 본래는 항상 하나이다”고 했
던 것이다.
현수(賢首:643~712)스님이 말한 4구(四句)의 게송에도,“진
제를 의지하여 속제로 들어감이 1구이고,속제를 따라 진제에
회합하는 것이 1구이며,진제이니 속제이니 하는 구별을 버리고
중도제일의제에 들어가는 것이 1구이고,중도제일의제에 상즉하
여 진제․속제를 모두 수용하는 것이 1구이다”라고 한 것이다.
천태(天台:538~597)스님도 말하기를,“진제는 독립적으로 진
제가 아니라,속제에 대한 상대 개념으로서 진제이다.속제 또한
독립적으로 속제가 아니라,진제에 대한 상대 개념으로서 속제
인 것이다.중도제일의제 역시 독립적으로 중도제일의제가 아니
다.말하자면 진․속 2제(二諦)는 하나이면서 단독자가 아니고,
둘이면서도 개별적인 둘이 아니다.서로를 드러내면서도 서로를
부정하여,상즉상융(相卽相融)하여 중도제일의제가 되는 것이다”
고 하였다.또한 “공(空)이 절대 공[斷空]이라면 색(色)과 융합하
지 못하고,색이 절대 색[實色]이라면 공과 혼합하지 못한다.절
대라면 진정한 공이 될 수 없고,절대라면 참된 색이 될 수 없
다. 서로 두 극단에 서 있으나 완전한 중도이다.이러한 심체
(心體)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진제를 마주하면 단견(斷見)에
집착하고,속제로 들어가면 상견(常見)에 미혹된다.두 견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 중도에서 어긋난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