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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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下 55


            는 몰랐다.그러는 사이에 부질없고 흉흉한 말만 많아졌을 뿐이
            지,불교 자체를 비판하지도,그렇다고 도와주지도 못했다.이때

            에 명교(明敎:1007~1072)스님이  원교론(原敎論) 을 써서 한
            유의 배불론을 공격했다.그러나 그 목적은 한유를 비판하려 한
            것이 아니라,오히려 구양수의 잘못을 타일러 주기 위해서였다.

            후세에도 한유와 구양수를 본받아 불교를 비방하는 유생들이 상
            당히 많았다.그러자 우리 불교의 스님들은 종종 그들이 우리

            불교를 시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그 점을 이렇게 생각한다.그네들이 불교를 질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실로 불교를 제대로 몰라서 그랬다는 것이다.

            가령 저들이 불교를 제대로 알았다면 불교를 외호하려고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되지도 않게 억지로 헐뜯고 비방했으니 어찌 그

            들인들 마음속에 부끄러움이 없었겠는가?인과응보의 이론으로
            따져 보더라도 그 정도의 비방은 충분히 반박할 수 있다.예를
            들면 부처님께서는 제바달다가 나쁜 계략으로 당신을 죽이려는

            위험을 여러 번 만났으나 마음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부처
            님은 이미 제바달다가 당신에게 숙세의 원한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서로 만나더라

            도,과보가 다하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조용히 관
            조하시며,마치 감로수를 마시듯이 그 고통을 달게 받으셨다.그

            러니 어찌 마음이 흔들렸겠는가.저 한유와 구양수가 불교를 비
            방한 것도 제바달다의 원한이 씌어서 그런 것인 줄을 그 누가
            알겠는가!다만 정념(正念)을 굳건히 지니고 그저 제바달다의

            원한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면,귀를 거슬리게 하는 소리도 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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