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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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했기 때문에 깊은 담론도 모두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또 곁
            에서 달갑지 않게 여기는 자들이 그럴듯한 이론을 광대하게 인

            용하여 말하기를,“부처님 몸은 태허(太虛)를 싸고 만상(萬象)을
            머금는다.그리하여 물질[色]로는 파악할 수 없지만 모든 물질
            [色]에 두루하며,공(空)으로도 알 수 없으나 공(空)에 모두 갖추

            어져 있다.그것을 앞장서서 안내한다 해도 불신(佛身)을 앞선
            것이 아니며,그것 뒤에 따른다 해도 불신(佛身)에 뒤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쉿!쉿!허튼 소리 하지 말아라.그 따위 소리
            는 밥 짓는 아낙네도 젖 빠는 어린애도 모두 할 수 있다.쓸데
            없는 소리 지껄이지 말아라.설사 ‘부처님 몸[佛身]’이라고 말하

            더라도 너무 멀다.그러니 ‘중생에게 두루 나타나신다’느니,또는
            ‘인연 따라 감응하여 두루한다’느니 하는 구절에 대해서도 이러

            고 저러고 논하지 말자.
               다음은 무엇을 ‘만상(萬象)’라 하는가?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부처님 몸이 충만하면 보리좌도 충만하다.그것이 둘이 아니기

            때문에 나눌 수도 없으며,구별할 수도 없기 때문에 나눌 수도
            없다”고 한다.만일 ‘보리좌’위에 따로 ‘부처님 몸’이 있다고 한
            다면 ‘항상 떠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그러나 이미 ‘부처님

            몸’이 충만했다면 덧없는 생사의 유루세간(有漏世間)은 또 어디
            에 있겠는가.어떤 사람은 영가스님이 말한 “꿈속에서는 분명히

            6취가 있었는데 깨어나 보니 텅 비어 대천세계도 모두 없더라”
            한 말을 인용하여 말하기를,“깨어나면 부처님 몸이니 보리좌니
            하는 말도 다 필요 없다.그러니 그 어떤 말인들 잠꼬대가 아니

            겠는가!”라고 한다.참선하는 사람이 진정코 꿈에서 깨어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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