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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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 사라지리라.
               영가(永嘉)스님은 말하기를,“저들이 비방하는 대로 내버려두

            어라.허공을 불로 태우려는 것처럼 쓸데없이 자기 자신만을 피
            로하게 할 뿐이다”라고 했다.영가스님의 이 말씀이 참으로 옳
            기는 옳지만,‘그대로 내버려두라’는 말씀은 마음에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 듯하다.영지 원조(靈芝元照:1048~1116)스님은 “어
            떻게 불교를 비방하는 소리를 틀어막을까요?”하는 문중자(文中

            子)의 물음에 “대꾸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이는 내버려두라는
            말을 본받은 것이다.그러나 내 생각은 ‘대꾸하지 말라’는 말과,
            ‘비방하더라도 내버려둬라’는 것은 말은 그럴 듯하지만 잘못이라

            고 여겨진다.  원각경 에서는,“내[我]가 공(空)하다는 것을 알면
            나를 훼방할 것이 없느니라”고 했다.그러므로 저들이 비방하더

            라도 그냥 두라는 말과 대꾸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결국은 군
            더더기에 불과하다.
               아!슬프도다!국가의 공론(公論)을 담당하는 자들은 근본은

            따져 보지도 않고 유생들이 불교를 이단이라고 배척하는 것만을
            볼 뿐,우리가 그들을 외도라고 하지 않는 것은 살피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시골 아낙네들이 싸리문을 붙들고 서로 욕지거리하

            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이렇게 되어서야 어찌 무생자인(無生慈
            忍)의 힘과 인과응보의 원리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겠는가?옛

            날에 어떤 임금님이 500마리의 술 취한 코끼리를 풀어놓아 부처
            님을 해치려고 했다.그때에 부처님은 다섯 손가락으로 코끼리
            를 살짝 들었다 땅에 내려놓았다.그랬더니 다른 코끼리들도 길

            이 잘 든 듯이 엎드렸다.바로 이때에 아나율(阿那律)존자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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