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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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下 57
처님의 다섯 손가락 끝에 각각 금빛사자가 나타난 것을 보았다.
이때에 어떤 제자가 부처님께 질문했다.“일찍이 듣자오니 부처
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이 몸은 헛된 것이므로 아끼고 보호할
필요가 없느니라’고 하셨습니다.그런데 지금 사자의 위엄을 나
타내어 술 취한 코끼리의 위험을 막으시니,그것은 헛된 몸을
아끼고 보호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내가 어찌 코끼리를 막겠다
는 마음이 있었겠느냐.나는 다만 오랜 세월 동안 자인삼매(慈
忍三昧)를 닦았을 뿐이다.지금도 손가락을 세우고 이 자인삼매
에 들어가 코끼리가 짓밟고 해치는 대로 두었으나,나의 삼매의
힘이 성숙했기 때문에 사자의 위엄이 저절로 나타난 것이니라.”
부처님의 이 말씀을 가만히 새겨 보니,이것이야말로 재난을 극
복하고 남의 비방을 막는 최상의 방법이다.재앙을 막기 위해서
부처님이 말을 사용했나?아니면 기지(機智)를 사용했는가?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또 속담에도 이른바,“훌륭한 도덕군자를
눈앞에 만나면 그 사람이 했던 말은 어느덧 사라지고,다만 그
사람의 훌륭한 덕에 심취된다”라는 말이 있다.어찌 그 도덕군
자가 일부러 그렇게 하리라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덕에 심취되겠는가!바로 이것이 코끼리의 위험을 막는 한 방법
이다.혹시라도 그렇지 못한 경우는 모두가 자신이 초래한 것이
다.상대의 비방을 말로 이러쿵저러쿵 따져서 물리치려 하면,더
더욱 그들의 비방만 늘어나게 할 뿐이다.그렇게 해서 무슨 이
익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