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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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下 61
못하면 아무리 부처님을 찬양한다 하더라도 도리어 부처님을 비
방하는 것이 된다.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시방세계의 모든 것이 청정한 법신(法身)그대로이다.마치
천 개의 태양이 동시에 비추는 것처럼 털끝만한 장애나 가림도
없는데,까닭 없이 한 점의 무명(無明)이 근본자리를 덮어 버렸
다.그래서 우러러보고는 하늘이라 말하고,굽어살피고는 땅이라
고 하며,광대하게 엿보고는 법계(法界)라고 말한다.산은 높고
물은 깊으며,낮은 밝고 밤은 어두우며,바람이 불고 먼지가 일
어나며,구름이 일고 새가 나는 등등의 모든 삼라만상의 빈 껍
질을 벗기고 티없는 밝음[精明]을 드러내어 이른바 법신을 찾고
자 한다면,텅 비어 법신이라 할 것도 없다.여기서 분별망상을
일으켜 허망한 알음알이에 집착되면,공을 색이라 하지도 못하
고,밝음을 어둠이라 하지 못하고,친한 것을 소원한 것이라고
하지도 못하고,증오를 바꾸어 사랑이라 하지 못한다.무명의 정
체를 알고자 하는가?그것은 한 터럭도 차이 없이 바로 위에서
말한 ‘…… 하지 못하는’그것이다.갑자기 다음과 같이 억지주
장을 하는 자가 있다.“나는 공(空)을 그저 볼 뿐이지 그것이 공
(空)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며,색(色)을 볼 뿐 색(色)이라고 굳
이 생각하지 않는다.다만 하나의 청정한 법신으로 관찰할 뿐이
다”고 한다.그러나 그것도 옳기는 옳으나 공(空)이니 색(色)이
니 하고 구별하는 견해가 모두 없어지지 않았는데야 어찌하며,
또 내가 능히 청정법신을 본다는 생각과 대상으로서 보여질 청
정법신이 있다는 생각을 애초에 없애지 못했는데야 어찌하랴.
우리는 다음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잊을 수도 없고 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