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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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버릴 수도 없는 것이 바로 근본무명이다.마르지 않은 무명
            의 물방울을 단박에 짜 버리고 청정하지 못한 것은 씻어 버려야

            한다.만약 세상의 갖가지 현상을 모두 밝혀서 무명을 없애려
            한다면,그것은 신발을 신고 신발 속의 가려운 곳을 긁는 정도
            도 못 된다.  원각경 에서 말한,“이 무명이란 실로 본체가 없

            다.꿈속에서 사람이 꿈을 꿀 때는 분명히 무엇이 있는 듯하지
            만,깨고 나면 결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그러니 무명이 무슨 실체가 있어서 정해진 성품이
            있을 수 있겠는가!바로 모든 본체가 그대로 청정법신일 뿐이다.
            비록 그렇지만,  열반경 에서 말한 대로,“깨고 나면 끝내 남는

            것이 없다”한다면 그것이 정말로 깨어난 것인가?모름지기 ‘깬
            다[醒]’는 뜻은 두 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첫째 무

            엇보다 색․공(色․空)등의 법이 모두 자심(自心)의 현량(現量)
            으로서 청정한 법신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그래야지만 지말무명(枝末無明)을 끊어 버릴 수 있다.그

            다음에는 견문(見聞)의 알음알이가 없어지고 주관․객관[能․
            所]의 식(識)이 소멸하여,한 법도 법신이라 여기지 말고 한 법
            도 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그리하면 시시비비

            가 모두 사라지고 생각생각이 모두 여여(如如)하게 된다.이런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근본무명을 끊을 수 있다.그러나 지말무

            명과 근본무명을 모두 단박에 끊어야 하다.이 칠흑통 같은 무
            명을 밑바닥까지 꿰뚫지 못하고 3~5회쯤 나누어서 끊으려 한
            다면 안 된다.어찌 마음으로 사량분별하고 언어문자로 따지는

            것이 용납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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