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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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치문숭행록
를 하사받았다.스님은 계율을 매우 엄하게 지켰는데,한번은 임
금이 사신을 보내 용뇌발우(龍腦鉢盂)를 하사하자,사신 앞에서
이를 태워 버리며 말하였다.
“우리 불법에서는 무색의 옷을 입고 질그릇 발우에 음식을 먹
습니다.이 발우는 법답지 못하므로 쓸모 없습니다.”
사신이 되돌아가 이 사실을 아뢰자 임금은 가상히 여기고 오
래도록 찬탄하였다.
찬탄하노라.
스님은 발우를 태우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없었으며,
영조(英祖)는 아뢰는 말을 듣고도 노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른바 ‘엄자릉(嚴子陵)선생이 아니었다면
광무제(光武帝)의 위대함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요
광무제가 아니었더라면
선생의 고상함을 이루지 못했으리라’한 것이니
종문(宗門)의 훌륭한 일이 아니겠는가?
총 평
위에서는 임금에 대한 충성을 기록하였고,여기에서는 고상한
행동을 기록하였다.고상한 행동이 옳다고 하여 곧 임금에게 충
성한 것은 잘못인가?그렇지 않다.어떤 것을 지켰는가를 되돌아
보면 될 뿐이다.도가 바위굴에 가득하면 명성이 조정에까지 들
리어,위로는 임금을 제도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제도하니,법을
널리 펴서 중생을 이롭게 하는 올바른 일이 아니겠는가?다만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