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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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치문숭행록


                찬탄하노라.

                요즈음 사람들은
                귀한 벼슬아치의 편지를 얻으면
                귀한 구슬을 얻은 듯 여기며
                밤낮으로 써주기를 구한다.

                이는 설두스님의 가풍을 들어보지 못해서이리라.
                나는 설두스님이 염창(拈唱)한 종승(宗乘)이
                번갯불이 걷히듯 우레가 진동하듯 하며
                덕산(德山),임제(臨濟)의 모든 노숙(老宿)들에

                양보하지 않는 것을 괴이하게 여겼더니
                그의 평생을 상고해 보니
                그 그릇과 도량이 원래 범상치 않았었다.
                부처님의 제자라면

                자중하지 않으면 안 되느니라.



                17.편지를 뜯어보지도 않고 버리다[棄書不拆]

                송(宋)대 무녕(武寧)의 혜안(慧安)스님은 원통 수(圓通秀)스님

             과 함께 철벽같은 마음으로 천의(天衣)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
             았다.혜안스님은 무녕(武寧)의 황폐한 마을 부서진 사원에서 외
             롭게 30여 년을 지냈고,원통스님은 조서에 응하여 법운사(法雲

             寺)에 거처하였는데 그 위광(威光)이 매우 빛났다.하루는 원통스
             님이 편지로 혜안스님을 초청코자 했으나 스님은 이를 뜯어보지

             도 않고 버렸다.시자가 그 까닭을 묻자 스님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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