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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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치문숭행록
황금빛 가사를 몸에 두르고
재상의 문전에서 사교하는 일은
범부나 깊이 원하면서
그것을 얻지 못할까 염려할 뿐이다.
전부,항초 두 스님께서는
두번 네번 굳게 사양하면서
자신을 더럽히는 일인 양 여겼다.
맑은 바람 천고(千古)에 부니
진실로 불길같이 치닫는 마음을 식히고
명리에 취한 눈을 깨웠다 하겠다.
15.왕궁을 좋아하지 않다[不樂王宮]
후당(後唐)정변(貞辨:863~935)스님은 중산(中山)사람이다.
스님은 각고의 정진을 하면서 피를 뽑아 경전을 쓰기도 하였다.
이때 병주(并州)에서는 외부 승려를 용납하지 않았으므로 스님은
들판 밖으로 나가서 옛 무덤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무제(武帝)가 사냥놀이를 하고 있을 때 스님은 무덤에서 나왔
다가 깃발이며,말,수레들을 보고는 다시 무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무제는 스님을 사로잡아 그 까닭을 묻고 무덤 속을 조사
해 보니,풀로 만든 방석과 책상,벼루,소초(疏鈔)만이 널려져 있
을 뿐이었다.무제는 스님을 왕부(王府)에 들어오게 하고 공양하
였으며,관태후(管太后)도 깊이 우러러 존중하였는데,스님은 마
침내 태후께 호소하며 말하였다.
“본래 이 몸은 불법 배우는 것을 소중하게 여겼습니다.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