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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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고상한 행[高尙之行] 117
게 왕궁에 오래도록 머무르는 것은 수갑을 차고 있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러자 황제는 그가 자유롭게 살도록 놓아주었다.
16.추천서를 소매 속에 넣다[袖納薦書]
송(宋)의 설두 중현(雪竇重顯:980~1052)스님은 지문 조공
(智門祚公)에게 법을 얻었다.한번은 스님이 절동(浙東)․절서(浙
西)두 지방에 유람하려 하자,학사(學士)인 증공(曾公)이 말하였
다.
“영은산(靈隱山)은 천하의 명승지이며 그곳 산선사(珊禪師)는
나의 친구입니다.”
그리고는 편지를 써서 중현(重顯)스님을 추천하여 주었다.스
님은 영은산에 이르러 3년 간을 대중 가운데 숨어살았다.얼마쯤
지나서 증공이 절서 지방에 명(命)이 있어 갔던 길에 영은산으로
중현스님을 방문하였는데,대중 가운데는 아는 이가 없었다.그
때에 대중이 천여 명이나 살았으므로 관리를 시켜 승적을 모두
뒤지게 하였다.마침내 중현스님을 찾아내어 지난날 주었던 추천
서에 대해 묻자,스님이 소매 속에서 이를 내놓았는데 봉함(封緘)
이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스님이 말하였다.
“공의 뜻은 갸륵합니다.그러나 행각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구
하는 것이 따로 없는데 감히 추천이나 영달을 바라겠습니까?”
증공은 크게 웃었고,산선사(珊禪師)는 이로써 중현스님을 기
이하게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