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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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지중한 행[遲重之行] 129


             6년,다시 광주에 와서 3년을 지냈다.이처럼 산중에서 홀로 지
             내며 좌선하기를 모두 17년 하고서야 세상에 나왔다.

                찬탄하노라.

                홀로 지내며 홀로 앉기를 깨달은 뒤에 했던 것은

                과연 둔적(遁迹)한 남전스님의 뜻을 이은 것일세.
                어떤 이들은 처음부터 마음을 깨닫지 못하고서
                총림이 싫고 대중이 두려워,선지식을 떠나 구석진 곳을 찾으니
                이 또한 잘못이 아니겠는가?



                8.여덟 번 초청했으나 가지 않다[八請不赴]


                송(宋)의 분양 무덕(汾陽無德)스님은 70명의 선지식을 뵙고 여
             덟 번에 걸쳐 청을 받았으나 결코 세상에 나가지 않았다.양양

             (襄陽)백마사(白馬寺)에서 한가히 지내며 분수(汾水)주변에 사
             는 사부대중 천여 명을 물리쳤으나 끊임없이 간곡하게 청하자

             그들의 바람에 응하였다.그리하여 종풍(宗風)을 크게 떨쳤으나
             문지방을 넘지 않고 스스로 절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노래를
             지어서 자기 뜻을 보였다고 한다.

                찬탄하노라.


                큰스님들 깨친 뒤의 행적을 차례로 살펴보니
                대개는 빛을 감추었다가 때가 이르면 드러냈다.
                그러나 분양스님은 여덟 번 청하여도 가질 않았으니
                도를 간직함이 더욱 깊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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