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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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청정하고 소박한 행[淸素之行] 35
15.홀로 사관을 지키다[獨守死關]
원(元)대 고봉 원묘(高峯原妙:1238~1295)스님은 용수산(龍
鬚山)에 9년 간 살면서 싸리를 엮어 조그마한 암자를 만들고 겨
울이나 여름이나 누더기 한 벌로 지냈다.후에 천목산(天目山)
서암(西巖)의 바위 동굴 속에 배 모양의 조그마한 방을 꾸미고
현판[榜]에는 ‘사관(死關:죽음의 관문)’이라고 써붙였다.
위에서는 빗물이 새고 바닥은 축축하며,바람과 비가 몰아쳤
다.공양물과 시자를 끊고 의복과 쓸 것을 물리치며 몸을 씻지
않고 머리도 깎지 않았다.깨진 항아리를 솥으로 하고 하루에 한
끼니만 먹고 지내면서도 편안하게 여겼다.동굴은 사다리가 없으
면 오르지 못하므로 사다리를 치워 버리고 인연을 끊었다.비록
제자일지라도 스님을 친견한 사람이 드물었다.
찬탄하노라.
동굴은 하늘 높이 걸렸고
절벽은 만 길이나 솟았다.
앞서는 희공(熙公)이 살더니
뒤에는 고봉스님이 머무르셨구나.
참으로 멀리 티끌세계를 끊었네.
지난날 나는 천목산에 올라 장공동(張公洞)에 들어가 보고 천
길 바위 끝에 나아가 굽어보며 ‘사관(死關)’의 유적을 찾았다.스
님의 위엄스러운 모습이 황홀히 눈에 어렸다.내 늦게 태어나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