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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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치문숭행록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깨달았다.그리고는
             깊은 산에 은거하였으므로 그를 아는 이가 없었다.

                하루는 그의 도를 존경하던 염관(鹽官)스님이 편지로 초청하
             니,사양하고 가지 않으면서 게송을 부쳐 이렇게 말하였다.

                못 가득한 연잎,입어도 입어도 끝이 없고
                몇 그루의 솔잎,먹어도 먹어도 남음 있었네.

                이제는 내 사는 곳 알려졌으니
                이 띠집도 버리고 더 들어가 살아야겠네.



                11.사슴과 새를 벗으로 하다[鹿鳥爲侶]

                후주(後周)시대 행인(行因)스님은 여산(廬山)불수암(佛手巖)에

             은거하여 살았는데 밤이 깊어질 때마다 한 마리의 사슴과 꿩이
             돌집 곁에서 깃들어 쉬었다.그렇게 오래됨에 자연히 친구처럼

             길들여졌으므로 의심하고 두려워하지 않았다.스님은 평생 제자
             를 받지 않았고 이웃 암자의 스님이 보살펴 드렸다.
                하루는 말하기를,

                “발을 걷어 올려라.내가 떠나련다.”
             고 하였다.그래서 발을 걷어 갈고리에 걸자,침상을 내려와서

             몇 걸음을 걸어가다가 우뚝 선 채로 돌아가셨다.

                이에 찬탄하노라.

                욕심 많은 사람은 죽으려 하면
                욕심은 더욱더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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