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3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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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공안을 참구하는 납자를 위한 글 133
행음의 근원을 철저하게 살펴본다면 생멸이 생각생각에 쉬지 않는
것이다.그러므로 수행인이 계속 끊임없이 흘러가는[遷流]생멸을
따라가지 않으면 부동(不動)하고 밝은 정심(正心)이 생긴다.이때
외부의 마는 들어올 기회를 얻지 못하나 다만 두렷한 근원인 행음
경계 가운데에서 스스로 헤아리는 마음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 시
말(始末)과 유인(有因),무인(無因)등을 따져 보게 되는 것이다.이
미 헤아리는 마음이 있으면 정변지(正徧知)는 없는 것인데,그 ‘헤
아림’이란 어두움[幽隱:행음이 비밀스럽게 천류하여 알아차리기
힘들므로 어둡다 말한다]에서 나온다.그래서 본문에서는,“저 유
청(幽淸:미세하게 요동하는 세간의 성품)함을 보면 그 근원을 철
저하게 볼 수가 없다”라고 하였다.
식음(識陰)에서의 전도망상(顚倒妄想)같은 것은 동분생기(同分生
機:행음과 생의 근원을 같이한다는 뜻.미세하고 끈질긴 세간의
성품)가 갑자기 무너져 버리고,6근이 텅 비고 고요하여 다시는 마
구 치닫지 않게 된다.이렇게 볼 때 텅 비고 고요함이 마구 치닫
지 않게끔 하였고,치닫지 않기 때문에 행음(行陰)이 다하게 된 것
이다.이미 행음이 다하였다면 봄[見]과 들음[聞]이 한데 어울려
통하고 서로 막힘 없이 청정하게 작용하게 된다.이런 까닭에 본
문에서는 행음이 공함을 알았다 하더라도 아직은 식(識)의 근원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라 운운하며 나아가서는 정묘(精妙)함이 원만
해지지 못하고 문득 깨달았다는 생각을 내게 된다고 하였다.
이 10가지 마 경계는 모두 식심(識心)때문에 깨달았다는 생각
이 생기게 된 것이니 이미 그렇게 되고 나면 깨달음[圓通]을 어기
고 온갖 마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