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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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처음 발심한 납자가 알아야 할 공부 57


             같다.그가 낱낱이 서울 소식을 말로 전해 준다 해도,그것은 그
             사람이 본 서울이지 길을 물은 사람이 직접 본 서울은 아니다.마

             찬가지로 자기는 힘써 노력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다 설명해 주기
             를 바란다면 바로 이런 꼴이 되는 것이다.




               48.공안만을 참구하라

               참선할 때 생각생각으로 공안(公案)만을 참구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도(道)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그런 식으로 미륵이 하생
             할 때까지 계속해 보았자 역시 도와는 아무 상관도 없을 것이다.
               잡념이 일어날 때 왜 아미타불을 염(念)하지 않는가.염불은 참

             선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그것은 불필요한 생각을 없애 줄 뿐만
             아니라 하나하나 화두를 드는 데도 무방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령 ‘개에게는 불성(佛性)이 없다’는 화두를 들 때라면 그 ‘없
             다’는 말에 달라붙어 의정을 일으키고,또 ‘뜰 앞의 잣나무니라’
             하는 화두를 들 때는 그 ‘잣나무’에 대하여 의정을 일으키고,‘만

             법이 하나로 귀결되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귀결되는가’라는 화두
             를 들 때는 ‘그 하나는 어디로 귀결되는가’에다가 의심을 일으켜

             야 한다.
               일단 의심이 일어나면 시방세계 모두가 하나의 의심덩어리가
             된다.그리하여 부모에게서 받은 이 몸과 마음을 잊고 온통 의심

             덩어리뿐이다.시방세계가 있는지,또는 어디까지가 나 자신이고
             어디까지가 바깥 세상인지도 모르는 가운데 온통 한 덩어리가 된

             다.그러다가 대나무 태를 맨 물동이가 탁 터지듯 의심덩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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