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P. 58
58 참선경어
풀리고 나면 다시 선지식을 만나게 되었을 때 입을 열기도 전에
이미 생사대사는 다 마친 뒤라 비로소 박장대소하게 된다.
그리고 난 뒤 그때까지도 공안을 천착하고 있는 사람들을 돌아
보면 마치 말 배우는 앵무새와 같으니 무엇 때문에 거기에 섞이겠
는가?
49.바른 생각을 지녀 사견에 빠지지 말라
참선할 때에는 잠시도 바른 생각[正念]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만약 참구하는 한 생각을 잃어버리면 반드시 딴 길로 빠져들어 망
망히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예컨대 어떤 납자가 오직 깨끗한 곳에 앉아 맑고 고요하여 티끌
한 점 없는 것을 좋아하며 이것만이 공부라고 생각한다면,이런
사람을 ‘바른 생각을 잃어버리고 맑고 고요한 데 빠진 사람’이라
고 부른다.혹 어떤 사람은 말로 도리를 설명해 내며 동정(動靜)의
방편을 짓는 것을 공부라고 인정하는데,이런 사람을 ‘바른 생각
을 잃어버리고 알음알이를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또 어떤 사람은 망심을 가지고 망심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억지
로 내리누르는 일을 공부라고 생각하는데,이런 이를 가리켜 ‘망
심으로 망심을 누르는 납자’라고 한다.이런 경우는 마치 풀 위에
돌을 올려놓는 것과 같으며 또한 파초(芭蕉)껍질을 벗겨내는 일과
같으니 한 겹을 벗겨내면 또 한 겹이 생겨나서 끝날 날이 없을 것
이다.
혹 어떤 납자는 자기 몸과 마음이 허공과 같을 것이라고 상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