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P. 54
54 참선경어
이 게송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한 걸음 더 내딛게 하는 말씀
으로 선을 공부하는 납자들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나는 납자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보방스님에게서 유(有)와 공(空)을 긍정하지 않는 뜻을 터
득하고 나서부터는 응용[受用]이 무궁하였다.”
42.도리를 따져 이해하려 들지 말라
참선할 때는 도리를 따져서 이해하려 들어서는 안 되니,오직
자꾸자꾸 참구해 나아가야 비로소 의정을 일으킬 수 있다.만약
도리를 따져 이해하려 든다면 이것은 무미건조한 껍데기일 뿐이
니,그 결과는 비단 자기의 생사대사를 확철대오하지 못할 뿐 아
니라 의정을 일으키는 일조차 못할 것이다.마치 어떤 사람이 말
하기를,“그릇 속에 담긴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하나,사실 그 속
에 담긴 것은 그가 지목하는 물건이 아니다.그는 아닌 것을 옳다
하고 있으니 의정이 생겨날 수가 없다.비단 의정이 생겨나지 않
을 뿐 아니라 저것을 이것이라 하고 이것을 저것이라 한다.이와
같이 착각하고 있다면 그릇을 열고 한번 몸소 그 속을 보지 않는
한,죽을 때까지도 그 속에 담긴 것을 가려내지 못할 것이다.
43.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도라는 생각에 빠지지 말라
참선할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도(道)’라는 생각을 해서
는 안 되고,오직 이 도리를 밝혀내고야 말겠다는 뜻을 굳게 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