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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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처음 발심한 납자가 알아야 할 공부 53



             고 있었는데,하루는  전등록(傳燈錄)을 읽다가 조주(趙州:778~
             897)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부탁한 말씀인 ‘3천리 밖에서 사람을

             만나거든…’대목*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메고 있던 푸대를 끌러
                             9)
             천근 짐을 내려놓은 듯하였다.그때 나는 확실하게 깨쳤다고 생각
             하였는데 나중에 보방(寶方)스님을 만나게 되자 나의 깨달음이란

             것이 마치 네모난 나무를 둥근 구멍에 맞추려는 격으로 터무니없
             어 비로소 부끄러운 줄을 알게 되었다.그러니 내가 깨달았다고

             생각한 다음에 큰 선지식을 만나지 않았다면 비록 경안(輕安)은 얻
             었을지 모르나 끝내 깨닫지는 못했을 것이다.
               보방스님은 이 노래를 지어 주면서 나를 격려하였다.



                공(空)으로 공(空)을 밀쳐내니 그 공(功)더없이 크고
                유(有)로 유(有)를 쫓아내니 덕이 더욱 오묘하다.
                가섭이(자기 마음에 맞는 대로)두타행에 안주했다고 하는 비난은
                편안함 얻은 곳에서 편안함을 잃는다는 말이네.

                空拶空兮功莫大 有追有也得猶微
                謗他迦葉安生理 得使宜處失便宜




             *뱃사공 스님[船子和尙]:당나라 고승으로 약산(藥山)유엄(惟儼)스님의 법손.
               수주(秀州)화정(華亭)에서 배 한 척을 띄어 놓고 사람들을 건네주면서 인연
               따라 설법하였으므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뒤에 스스로 배를 엎고 종적을 감
               추었다.
             *조주스님에게 한 스님이 떠나겠다고 인사하니 스님은 이렇게 당부하셨다.
               “부처님이 계신 곳에도 머무르지 말고 부처님이 안 계신 곳은 얼른 지나가
               거라.그렇게 해서 3천리 밖에서 사람을 만나거든 이 소식을 잘못 들먹여서
               는 안 된다.…下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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