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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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선림보훈 중
도 까치가 모여서 타고 노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딴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옛날에 조주(趙州)스님이 어떤 암자를 방문하였는데 주지가 생
반(生飯:재나 공양 때 귀신이나 짐승을 위해 조금씩 떼어낸 음
식)을 내왔다.조주스님이 “까마귀는 사람만 보면 무엇 때문에 날
아가 버릴까?”하고 말하자,주지는 망연하게 어찌할 바를 몰랐다.
드디어는 앞의 얘기를 받아서 조주스님에게 묻자,스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에게 살생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을 의심하면 그 사람도 나를 의심하며,외물(外物)
을 잊어버리면 외물도 나를 잊게 된다.옛사람이 독사나 호랑이와
짝을 하고 놀았던 것은 이 이치를 잘 통달했기 때문이다.
방거사(龐居士:?~808)가 말하기를,“무쇠소[鐵牛]가 사자의
포효를 두려워하지 않음이 목인(木人:나무인형)이 화조(花鳥)를
보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는데 극진한 말씀이라 하겠다.
여주거사서(與周居士書)
3.
아랫사람을 거느리는 방법은 은혜로우면서도 지나치게 베풀어
서는 안 되니 지나치면 교만해지기 때문이며,위엄스러우나 사나
워서도 안 되니 사나우면 원망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은혜를 베풀어도 교만해지지 않고 위엄스러워도 원망을 듣지
않게 하려면,은혜는 반드시 공을 세운 사람에게 베풀고 아무에게
나 함부로 주어져서는 안 되며,위엄은 반드시 죄 지은 사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