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P. 162

162 선림보훈 중



            요?”
               그러자 만암스님이 대답하였다.

               “포로가 되었을 때,추위와 배고픔에 여러 날을 시달리다 결국
            ‘죽겠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우연히도 큰 눈이 내려 집을 덮어

            버리자 묶여 있던 벽이 까닭 없이 무너지더군.그날 밤에 요행히
            탈출한 사람이 백여 명이나 되지.”
               한공은 다시 물었다.

               “꼼짝없이 붙잡혀 있었다면 어떻게 빠져나오려 하였습니까?”
               만암스님이 대꾸를 않자,공은 거듭 따졌다.스님은 “그걸 말
            해 뭘 하겠나.우리는 도를 배워 바른 이치[義]로 바탕을 삼았으

            므로 죽으면 그만일 뿐 무엇을 두려워했겠는가?”라고 하였다.그
            러자 한공은 턱을 끄덕이며 수긍하였다.
               이로부터 선배들이 세속의 환란을 당해서 사생을 다툴 때 모

            두 처신과 결단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6.

               산당스님이 백장산(百丈山)으로 물러나 있을 때 한자창에게 말
            하였다.
               “옛날에 벼슬을 맡았던 자들은 덕도 있고 명(命)도 있었다.그

            렇기 때문에 간곡히 세 번씩이나 청해야 나갔고,일단 마음만 먹
            으면 물러나 버렸다.그런데 요즈음 벼슬하는 자들은 오직 권세를

            위할 뿐이다.
               나가고 물러나는 처신을 알아서 바른 도를 잃지 않는 자라면
            현명하고 지혜롭다 하겠다.”                                   기문(記聞)
   157   158   159   160   161   162   163   164   165   166   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