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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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선림보훈 하
부가 서로 치며 싸우는 것을 보고 행자만을 나무라자 문조 초연
(文祖超然)스님이 한마디하였다.
“농부를 놓아두고 행자만 꾸짖고 욕을 보이려 한다면 위아래의
명분을 잃을 뿐만 아니라,소인이 그 틈을 타 업신여기고 태만하
여 일이 진행되지 않을까 매우 염려됩니다.”
그러나 불성스님은 들어주지 않았다.오래지 않아 과연 소작인
이 일 맡은 사람을 죽인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가암집(可庵集)
3.
문조 초연스님이 앙산(仰山)에 머무를 때,지객(地客)이 절에서
일용할 곡식을 훔쳤다.스님은 평소 지객(地客)을 의심해 왔으므로
그를 내보내려는 뜻으로 창고 맡은 행자[庫子行者]에게 그가 바쳤
던 그 동안의 공납문서를 만들라고 하였다.행자는 지객을 감싸주
고자 스님의 의도를 살피고서 도리어 지객 소임에서 물러나는 문
서를 만들라고 그에게 알려주고는 되돌아와 울부짖게 하였다.그
리고는 곡식 관리에 대한 책임 추궁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스님
은 행자가 권세를 멋대로 한다고 노하면서 두 사람 모두에게 죽
비로 결단했을 뿐이다.
스님은 행자에게 은근히 속임수를 당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
다.아-아,소인의 교활함이 이러하다. 가암집(可庵集)
4.
사랑하고 미워하는 차별된 감정은 인지상정(人之常情)으로 인
격이 트이고 지혜가 밝은 사람이라야 그 부림을 당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