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9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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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희 종고스님 169
옛날 원오스님이 운거산에 머무를 때 고암스님은 동당(東堂)으
로 물러나 있었는데,원오스님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암스님을 싫
어하고,고암스님과 어울리는 자는 원오스님을 괴이하게 여겼다.
이렇게 하여 총림이 어수선해져서 원오 무리․고암 무리가 나뉘
게 되었다.그런데 나름대로 두 스님을 관찰해 보았더니 변두리까
지 큰 명성을 떨칠 정도로,보통사람으로서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
다.
애석하다.소인이 아첨하는 말을 경솔하게 믿고 총명한 이를
혼란시켜 드디어는 식견 있는 자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었도다.이
때문에 양좌주(亮座主)*나 은산(隱山)*같은 부류가 되어야 고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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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라 할 수 있다.
5.
옛사람은 선(善)을 보면 실천하고 허물이 있으면 고쳤다.덕을
닦아 실천하고 죄 면하기를 생각하여 허물이 없도록 했다.또한
*양좌주(亮座主):서촉인으로서 경론(經論)을 강의하다가 사조를 참례한 후 대
의(大意)를 깨닫고 이후 홍주의 서산에 은둔하였다.정화(政和:1111~1117)
연간에 웅수재(熊秀才)가 서산에 유람하다가 우연히 한 스님을 숲 속에서 만
났는데 낙엽을 엮은 옷을 입고 반석 위에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이 흡사 그림
속의 부처님 같았다.웅수재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저 이가 옛날에 듣던 양좌
주인가 하고는 “혹시 양좌주가 아닙니까”라고 물었다.그러자 스님은 동쪽을
가리켰다.웅수재가 그 방향을 보다가 시선을 되돌렸더니 스님은 간 곳이 없
었다.때마침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그 스님이 앉았던 반석은 말라 있었
다.
*은산(隱山):담주의 용산(龍山)스님.마조스님을 참례한 후 심요(心要)를 깨닫
고는 담주의 용산(龍山)에 은둔하였다.이로 인하여 은산(隱山)이라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