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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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희 종고스님 173



            키려 해도 이미 늦은 것이다.기회란 만나기는 어려워도 놓치기는
            쉽기 때문이다.                                      향림서(薌林書)



                 11.
               옛사람은 우선 도 있는 이를 선택하고,다음으로 재주와 학문

            있는 이를 추천하여 필요한 시기에 등용하였다.그런데 실로 쓸
            만한 그릇이 아닌데도 자기를 사람들 앞에 내세우는 자는 대체로
            식견이 천박한 경우가 많았다.그래서 납자들이 명예와 절개를 가

            다듬어 남 앞에 설 것을 생각하였던 것이다.
               요즈음 총림이 시들고 상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더니 납자들이

            도덕은 돌아보지 않고 절개와 의리가 없으며 염치를 무시하는 한
            편,순수하고 소박한 사람을 촌스럽다 나무라고,들떠서 떠들어대
            는 사람을 빼어나고 민첩하다고 부추기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후학들이 식견이 분명하질 못하여 대강 한 번 훑거
            나 남의 이론을 베껴 말재주나 채우는 밑천으로 삼는다.이런 현
            상은 갈수록 더하여 드디어는 얄팍한 풍조를 이루었다.더구나 성

            인의 도에 대해 대화하는 데 있어서는 깜깜하기가 마치 담장을
            마주하고 있는 것과도 같으니,거의 구제가 불가능할 지경이다.
                                                  여한자창서(與韓子蒼書)



                 12.
               옛날 회당스님이 황룡사 제명기(題名記)를 지었는데,거기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옛날 납자들은 바위굴에 거처하며 풀뿌리를 먹고 풀껍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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