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2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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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선림보훈 하



                 9.
               고덕(古德)들은 주지를 하면서 상주물을 직접 관리하지 않고

            모두 일 맡은 자에게 일임했다.그런데 근래의 주지하는 자들은
            재력을 믿고서 큰 일 작은 일 할 것 없이 모조리 방장(方丈)으로

            되돌려 버린다.그리하여 일을 맡은 사람은 부질없이 헛된 이름만
            있을 뿐이다.
               슬프다.구차하게 제 한 몸의 재주로 굳이 온 절의 일을 쥐고

            흔든다.그러고서 소인에게 속지 않고 기강의 문란 없이 지당하고
            공평한 여론에 맞기를 바라나,어렵지 않겠는가.
                                                      여산당서(與山堂書)



                 10.
               양(陽)이 다 되면 음(陰)이 생기고 음이 끝간 데서 양이 생기니,
            성쇠가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이 바로 천지 자연의 운행법칙이다.

            형통하다는 뜻을 가진 풍괘[豊亨]는 한낮[日中]에 해당한다.그러
            므로 “해가 정오가 되면 기울고,달도 가득 차면 이지러진다”라고

            했던 것이다.이렇듯 천지의 가득 차고 이지러지는 것도 시절에
            따라 없어지니,더구나 사람의 경우이겠는가.
               그러므로 옛사람은 혈기가 한창일 때 세월이 쉽게 가 버림을

            염려하여 아침저녁으로 반성하고 삼가 더욱 조심하였다.그리하여
            자기 감정과 욕구를 멋대로 하지 않고 도만을 구하여 드디어는

            명예를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방일한 욕구에 떨어지고 방자한 감정으로 잘못되어 거의
            구제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그제서야 팔다리를 걷어붙이며 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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