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4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P. 174

174 선림보훈 하



            입고 살면서 명성과 이익에 마음이 얽매이지 않았으므로 관부(官
            府)에는 이름조차 오르지 않았다.그러다가 위(魏)․진(晋)․제(齊)

            ․양(梁)․수(隋)․당(唐)이래로 비로소 절을 지어 사방의 납자를
            모으고서 훌륭한 사람을 선택하여 못난 이를 바로잡고 지혜로운

            사람에게 어리석은 자를 이끌어 주도록 하였다.이때부터 손님과
            주인이 있게 되었고,상하의 질서가 나뉘게 되었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한 절에 모여들었으니,그 책임을 맡은

            사람은 실로 잘해 내기가 어려웠다.그런데도 큰 문제는 잘 다루
            고 자잘한 것은 버리며,급한 일부터 하고 덜 급한 일은 뒤로 돌
            려 사사로운 계책을 꾸미지 않고 오로지 대중을 이롭게 하는 데

            에 요점을 두었던 것이니,요즈음 허둥지둥 한 몸만을 도모하는
            자와는 실로 천지차이였다.
               이제 나 황룡은 뒷날 보는 자들이 한 스님씩 지목하며 ‘어느

            스님은 도덕이 있었고,어느 스님은 인의(仁義)가 있으며,누구는
            대중에게 공정하였고,아무개는 자기만을 위하였다’고 할 수 있도

            록 역대 주지의 이름을 돌에다 새겨 놓았으니,아-아,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석각(石刻)


                 13.

               시랑(侍郞)인 장자소(張子韶)가 묘희스님에게 말하였다.
               “선림에서 수좌라는 직책은 훌륭한 사람을 선발하는 지위입니

            다.그러나 지금 총림에서는 잘난 이 못난 이 할 것 없이 으레 이
            것을 요행을 바라는 미끼로 여기는데,이것 역시 주지의 잘못입니
            다.
   169   170   171   172   173   174   175   176   177   178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