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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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선림보훈 상
냐고 묻자,길손은 대답하였다.
“옛날 동산(洞山)에 있을 때 스님을 따라 짐을 지고 한양(漢陽)
에 갔을 때,종을 지휘한 송영(宋榮)입니다.”
스님이 지난 일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송영은 길게 탄식하였다.
첫 새벽에 밥을 준비하고 백금(白金)다섯 냥(兩)을 주더니 이어서
종 하나를 불러 놓고 말하였다.
“이 아이는 서울을 여러 차례 갔다 왔으므로 험한 길을 자세하
게 알고 있으니 스님께서는 가시는 길을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덕분에 스님은 서울에 갈 수가 있었다.이로 미루어본다면 그
두 사람은 평소에 간직한 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구봉집(九峯集)
2.
효순 노부(曉舜老夫)스님은 천성이 대범하고 강직해서 저울질
하여 재산 불리는 일 따위는 알지 못하였다.매일 일정한 일과를
정해 놓고 조금도 어김이 없었으며,등불을 켜고 청소하는 일까지
도 모두 몸소 하였다.한번은 이렇게 탄식하였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는 옛사람의 훈계가 있으
셨거늘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가?”
늙어갈수록 그 뜻은 더욱 굳세지니,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왜 시자들을 시키지 않습니까?”
스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추운 날 더운 날에 그저 지내는 것도 편안치 않을 테니,그들
을 수고롭게 하고 싶진 않다.” 탄연암집(坦然庵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