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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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선림보훈 중
2.
영원스님이 장령 수탁(長靈守卓:1065~1123)스님에게 말하였
다.
“도가 펴지는 것도 원래 자연스러운 시기가 있는 법이다.지난
날 자명(慈明)스님이 형초(荊楚)에서 마음을 놓아버리고 수치와 모
욕을 참으며 지낼 때*,사람들은 스님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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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어떤 이가 그 까닭을 묻자 이렇게 대
답하였다.
‘빙 둘러싼 큰 성(城)과 기와조각이 부딪치면 상대가 안 된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신정(神鼎:?~901)스님을 뵙고 난 후*,명예가 총림에 퍼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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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임제(臨濟:?~867)스님의 도를 일으켰다.”
아-아,도와 시기를 구차하게 억지로 할 수 있겠는가.
필첩(筆帖)
3.
영원스님이 황태사(黃太史)에게 말하였다.
“옛사람이 이렇게 비유하였다.
‘땔나무 더미 아래에다 불을 지피고 그 위에 누워 있으면서 아
*아직 때가 되지 않음을 알고서 많은 사람 속에서 방탕한 모습을 보였다.
*담주 신정사 홍인(洪諲)스님.수산 성념(首山省念)스님의 법을 이었고,남악의
9세 법손이다.평소에 헌 누더기만으로 겨울과 여름을 지냈다.자명스님이 긴
머리에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찾아오니 “분양에게 서하(西河)의 사자(師子)가
있다더니 바로 이 사람인가”하였다.두 사람이 법담을 나눈 후 이내 자명스
님을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