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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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유청스님 85



            직 불붙지 않았다고 태평하게 여긴다.’
               이 말은 실로 안위의 기미와 생사의 이치를 비유한 것으로서,

            밝게 뜬 해처럼 그 사이에는 털끝만큼도 용납하지 못한다.사람들
            은 평소 한가히 지낼 때는 생사문제를 염려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예측하지 못한 데서 일이 터져 나오면 아무
            리 팔 걷어 부치고 발버둥쳐 구해 보려 하나 끝내 어찌할 수가
            없다.”                                              필첩(筆帖)



                 4.
               영원스님이 불감(佛鑑)스님에게 말하였다.

               “대체로 동산(東山)사형의 편지를 받아 보면 한번도 세상일[世
            諦]에 관해 말씀한 적은 없고,정녕 몸을 잊고 도를 널리 펴 후학
            을 이끌어 주는 일뿐이었다.지난번 편지에서 말씀하셨다.

               ‘가뭄으로 입은 농사 피해,나는 그것을 하나도 걱정하지 않는
            다.다만 선가(禪家)에 안목(眼目)없는 것이 걱정일 뿐이다.올 여
            름 안거에 100여 명이 큰방에서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狗子無佛

            性]는 화두를 들고 있으나 한 사람도 알아낸 이가 없으니,이것이
            근심스러울 뿐이다.’
               참으로 지극하신 말씀이다.살림이 잘 다스려지지 않음을 근심

            하고,관리에게 미움 사서 책망 들을까를 두려워하며,명성과 지
            위가 드날리지 않을까 염려하고 자기 권속이 적지나 않을까 두려

            워하는 자와는 실로 천지차이라 하겠다.매양 생각해 보아도 이치
            에 맞는 이런 말을 어떻게 다시 들을 수 있겠는가.우리 조카 그
            대가 법손[嫡嗣]이 되어 제 힘껏 가풍을 진작하려면 당연히 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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