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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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유청스님 89



                 11.
               영원스님이 각범스님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남쪽 지방에 있을 당시 능엄경(楞嚴經)을 공부하여
            특별히 주석을 썼다 하던데,이것은 모자란 나로서는 원치 않는

            바이다.문자공부로는 자기 성품의 근원을 밝힐 수 없을뿐더러 후
            학들이 부처님의 지혜안을 얻는 데 장애만 줄 뿐이니,그것은 남
            을 통해 이해함으로써 스스로 깨치는 방편을 막아 버리는 데 병

            통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므로 말재주만 늘리면 천박한 지식만 성
            해지고 알음알이를 틔워 주면 끝내 묘한 깨달음을 극진히 하기는
            어렵다.그리하여 결국에는 이해와 실천이 맞지 않고 늘 보고 듣

            는 것이 더욱 어두워지는 것이다.”                           장강집(章江集)


                 12.
               도를 닦는 사람은 일거일동과 모든 언행을 반드시 살피고 돌

            아보아야 한다.말이 적다 해서 반드시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며,
            말 잘하는 자라 해서 꼭 지혜로운 것도 아니다.또한 촌스럽고 소

            박한 자라 해서 반드시 패륜아는 아니며 공순하다 해서 꼭 충성
            스러운 것도 아니다.그러므로 선지식은 말만으로 상대방의 마음
            을 다 헤아리지 않고 자기 생각만 가지고 납자를 선별하지도 않

            는다.
               강호(江湖)에 떠도는 납자라면 누군들 도를 구하고 싶지 않겠

            는가마는 그 가운데서 분명하게 깨닫고 이치를 본 자는 천백에
            하나도 없다.이 상황에서 자신을 닦는 데 힘쓰고 이제껏 배운 것
            을 모아 덕을 갖추는 데에는 30년이 걸려야 한다.그러다가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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