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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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유청스님 87



            다.재앙에서 복이 나온다 함은,재액이 생기려 할 때에 간절히
            무사하기를 생각하고 깊이 이치를 구하면 드디어는 공경하고 조

            심하게 되므로 재앙이 복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말이다.복에서
            재앙이 생긴다 함은 거처가 편안하고 느긋할 때는 원하는 대로

            사치를 부리며 방종하여 교만과 게으름에 빠지며,경솔하고 태만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때문에 재앙이 생기는 것이 마땅하다는
            말이다.

               성인이 말씀하시기를,‘어려움이 많으면 뜻을 이루고,어려움이
            없으면 몸을 잃는다’고 하셨다.얻는 것이 있으므로 잃게 되며,
            잃기 때문에 또 얻게 된다.이로써 복은 요행으로 구하지 못하며,

            복을 얻는 것도 그저 틈을 엿보기만 하여 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복스럽게 살 때 재앙을 염려하면 그 복을 보전할 수 있고,얻

            고 난 뒤에도 잃을까 염려하면 얻을 것이 반드시 이어져 간다.그
            렇기 때문에 군자는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잊지 않고,다스려졌을

            때에도 혼란함을 잊지 않는다.”                                 필첩(筆帖)


                 8.
               영원스님이 이천 선생에게 말하였다.

               “사람들은 자기 모습이 남는 것을 싫어하여 그림자가 질까 두
            려워하며 등지고 도망가려 한다.그러나 빨리 도망갈수록 자취는

            더욱 많아지며,그림자도 더욱 빨라진다.도망가기를 그치고 그늘
            에 들어가 그림자가 스스로 없어지고 자취도 자연스럽게 끊어지
            게 하느니만 못하다.일상생활에서 이 점을 분명히 한다면 앉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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