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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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선림보훈 중



            리에서 이 도에 나아가리라.”                                  필첩(筆帖)



                 9.
               주지가 되어서 그 지위가 하는 일보다 넘어서는 자는 대체로
            끝까지 잘 마무리짓는 경우가 드물다.그것은 아마도 복덕이 천박

            하고 도량이 좁으며 지식이 보잘것없는 데다가 훌륭한 이를 따라
            애써 바른 도리를 배움으로써 자기를 넓히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
            게 된 것이리라.                                         일록(日錄)



                 10.
               영원스님은 각범(覺範)스님*이 좌천되어 영남 지방의 바닷가로
                                   23)
            귀양갔다는 소문을 듣고 탄식하였다.
               “한길에 심어진 난초는 한 철을 푸르지 못하고,깊은 골짜기에
            사는 계수나무는 몇 년 된 목단을 품을 만한 아름드리가 된다.예

            나 지금이나 재주와 지혜가 있는 사람이 몸을 다치거나 비방으로
            재앙에 걸리는 자는 많고,세상과 함께 떴다 가라앉았다 하며 몸
            을 보존한 자를 찾아보자면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당세에 총명하고 사려 깊은
            자로서 거의 죽을 뻔한 사람은 남에 대해 이런저런 말하기를 좋
            아하는 자이며,굉장한 말재주로 자기를 위태롭게 하는 자는 남의

            단점 들춰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하셨는데 각범스님에게 이
            런 문제가 있었다 하겠다.”                               장강집(章江集)


            *혜홍 각범(慧洪覺範):진정 극문(眞淨克文)스님의 법을 이었으며,남악의 13
              세 법손이다. 임간록(林間錄)을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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