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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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선림보훈 중



            히도 일 하나 잘못되어 총림이 그를 버린다면 종신토록 꼼짝 못
            하게 된다.

               그러나 열두 대의 수레를 비출 수 있는 굉장한 구슬에게도 더
            나은 상대가 있기 마련이고,죽 이어진 커다란 성곽과 바꿀 만한

            구슬인들 어떻게 흠집이 없을 수 있겠는가.그러니 범부 유정(有
            情)으로서 어찌 허물이 없을 수 있겠는가.
               공부자(孔夫子)는 성인이셨으나 그래도 ‘나에게 몇 년의 시간이

            주어져 주역(周易)을 배울 수 있다면 큰 허물은 없을 텐데’라고
            말씀하셨다.경전에서도 말하기를,‘사념이 일어날까 두려워하지
            말고 깨달음이 더디어질까를 염려해야 한다’라고 하였다.더구나

            성인이나 성현이 되지 못한 사람이라면 누구인들 과실이 없겠는
            가.선지식쯤 되어야 정도가 다른 모든 근기를 빠뜨리지 않고 남
            을 다 곡진하게 완성시켜 줄 수 있다.

               ‘솜씨가 뛰어난 목수는 수레바퀴냐 서까래냐의 쓰임새를 따라
            굽었거나 곧거나 못 쓰는 재목이 없으며,훌륭한 말몰이는 험하고

            평이한 길에 적합하도록 고름으로써 노둔한 말이든 천리마든 본
            성을 잃음이 없게 한다’는 것도 이런 뜻에서 하는 말이다.
               다른 것도 이와 같다면 사람도 마땅히 그러하리라.가령 인재

            를 선택하는 일에 애증(愛憎)의 감정을 따르고,합심하느냐 갈라서
            느냐의 문제도 취향이 같으냐 다르냐에 매인다면 이는 자[繩墨]를

            버리고 곧고 굽은 것을 마름하며,저울을 버리고 무게를 다는 것
            과 같다.비록 꼼꼼하게 했다 해도 틀린 데가 나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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