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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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마조록․백장록


               “부끄럽습니다.”
               “ 어떻게 강의하는가?”

               “ 마음으로 강의합니다.”
               “ 아직은 경론을 강할 줄 모르는군.”
               “ 어째서 그렇습니까?”

               “ 마음[心]은 재주부리는 광대 같고,의식[意]은 광대놀이에 장
            단맞추는 이 같다 했는데,어찌 경론을 강의할 줄 알겠는가?”

               “ 마음이 강의할 수 없다면 허공이 강의를 합니까?”
               “ 오히려 허공이 강의할 수 있다.”
               좌주가 뜻에 맞지 않아,당장 나가서 섬돌을 내려서려다가 크

            게 깨닫고 다시 돌아와 절을 하니,스님께서 말했다.
               “이 둔한 중아!절은 해서 무엇 하느냐.”

               양좌주가 일어나니,등에 땀이 축축이 흘렀다.밤낮으로 엿새
            동안 스님 곁을 떠나지 않고 모시다가 나중에 사뢰었다.
               “이제 스님 곁을 떠나 스스로 수행할 길을 찾으려 하오니,바

            라옵건대 스님께서는 오래오래 세상에 계시어 많은 중생을 제도
            해 주십시오.안녕히 계십시오.”
               좌주가 본사로 돌아와서 대중에게 고했다.

               “내 일생 동안의 공부를 앞지를 이가 아무도 없다고 여겼더니,
            오늘 마조스님 앞에서 꾸지람을 받고는 미혹한 생각[妄情]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는 학인들을 모두 물리치고 홀로 서산으로 들어간 뒤에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양좌주가 이런 시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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