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2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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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임제록․법안록
보지도 못했는가.석두 희천(石頭希遷:700~790)스님은 조론
(肇論)에서 ‘만물을 녹여 자기로 삼는 자는 성인뿐이리라’한
대목을 보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성인은 자기가 없기 때문에 자기 아닌 것이 없다.’
석두스님께서는 또한 참동계(參同契)*라고 불리는 글 한 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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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셨다.그 끝머리에 ‘인도 땅 부처님 마음……’운운하였으
니 시절 인연에 대해 이보다 더한 말은 없으며,중간 부분도 시
절을 따르라는 말일 뿐이다.
스님네들이여,이제 만물을 녹여 자기로 삼으려 한다면 온
누리에 아무것도 볼 것이 없어야 하리라.또 석두스님은 그 끝
에서 ‘세월을 헛되게 보내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조금 전에
그대들에게 말하기를 다만 시절 인연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하였으니 만일 시절을 그대로 지나쳐 버린다면 바로 세월을 헛
되게 보내는 것이며,색(色)이 아닌 것을 색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다.스님네들이여,색이 아닌 것을 색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
이야말로 상황과 시절을 놓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해 보라.색을 색이 아닌 것이라 이해한다면 타
당한지 부당한지를.그런 식으로 이해한다면 더욱 빗나가서 헛
되고 어리석게도 양 갈래로 치닫게 되니 무슨 소용이 있으랴.
스님네들이여,분수를 지키며 시절에 따라 지내야 할 것이다.몸
조심하라.”
*참동계(參同契):7언 44구 220자로 된 장편의 고시(古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