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1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P. 171

법안록 171


               “경전에서는 머무름 없는 근본에 입각해서 일체법이 성립한
            다고 하였습니다.무엇이 머무름 없는 근본입니까?”

               “ 모습은 형체가 없는 데서 일어나고,이름은 이름 붙기 전에
            서 나왔다.”



               “ 죽은 스님의 의발은 여러 사람이 창의(唱衣)합니다만*조사
                                                                  7 )
            의 의발은 누가 창의합니까?”

               “ 그대는 죽은 스님의 어떤 의발을 창의했느냐?”


               “ 고향을 떠난 자식이 고향에 되돌아왔을 땐 어찌합니까.”

               “ 무엇을 정성껏 바치려느냐?”
               “ 아무것도 없습니다.”

               “ 매일같이 쓰는 물건은 어떻게 하려고?”



               6.

               그 뒤 스님께서는 청량원(淸涼院)에 계셨다.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출가한 사람은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다만 시

            절 인연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불성의 이치를 알고자 한다면
            시절 인연을 관찰해야 하니 그러한 방편은 고금에 적지 않다.


            *창의(唱衣):창(唱)은 물건을 팔 때 물품의 수량이나 품목,가격 등을 부르는
              것을 말하고,의(衣)는 승려가 소유하고 있는 중요품을 말한다.그러므로 창의
              는 죽은 승려의 간호비․약품비․장례비 등에 충당하기 위해 그가 지니고
              있던 의발 등을 대중에게 경매하는 것이다.
   166   167   168   169   170   171   172   173   174   175   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