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P. 175

법안록 175


               알겠는가’라고 했어야 좋았을 것을.”

                 경산 고(徑山杲)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법안스님과 수산주스님은 실낱이 오고 가듯 끊임없고 빈틈없이
               지장(地藏)스님의 도풍을 지키고 일으켰으니,눈이 부시다 하겠다.
               그러나 여기 경산의 문하에서라면 다시 짚신을 사 신고 행각을 떠
               나야 할 것이니 털끝만큼이라도 어긋나면 천지차이로 벌어지기 때
               문이다.어디서 이런 소식을 얻겠는가?”



               9.

               한 스님이 찾아와서 참례하니 스님은 발[簾]을 가리키셨다.
            그러자 곁에 있던 두 스님이 동시에 가서 발을 걷으니 스님께서
            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나는 맞았고 하나는 틀렸다.”



                 동선 제(東禪齊)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스님네들이여,어떻게 이해해야겠는가?어떤 사람은 그가 뜻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발을 걷었다 하고,다른 사람은 가리켰던 사람
               은 알았다 하겠으나,가리키지 않았는데도 거둔 사람은 틀렸다고
               말한다.그렇게 이해한다면 되겠느냐.그렇게 이해하는 것을 인정
               하지 않는다면 다시 그대들에게 묻겠다.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
               것이냐?”

                 황룡 청(黃龍淸)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법안스님은 마치 막야(鏌鎁)의 보검을 손에 쥔 듯 죽였다 살렸
               다를 자재하게 하였다.두 스님이 동시에 발을 거뒀다.자 말해 보
               아라.누가 맞고 누가 틀렸겠느냐.알겠는가?세상일은 공정한 법
   170   171   172   173   174   175   176   177   178   179   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