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4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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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임제록․법안록


            나와 함께 장경스님 회상에서 수십여 년 간 고금을 논할 제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는데 무엇 때문에 갑자기 지장스님의 법을

            이었소?”
               “ 제가 장경스님이 던진 인연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어찌 물어오지 않으시오?”

               “ 장경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만상 가운데 우뚝이 몸을 드러
            낸다’하셨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자소스님이 불자를 세우자,스님은 이렇게 꾸짖었다.
               “수좌여,그것은 전에 배웠던 것이오.따로 어떻게 해보시겠
            소?”

               자소스님이 말이 막히자,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상 가운데 우뚝이 몸을 드러낸다 하였는데,만상을 없앤

            것이오 만상을 없애지 않은 것이오?”
               “ 없애지 않았습니다.”
               “ 두 개로군요.”

               그때 그를 따라온 대중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였다.
               “만상을 없앴습니다.”
               그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상 가운데 우뚝이 몸을 드러낸다.적(聻:싹 쓸어버리는
             소리)!”

               자소스님은 온 대중과 함께 수치를 당하고 물러났다.
               스님은 그가 있는 곳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수좌여,부모를 죽인 죄는 참회가 통하지만 대반야를 비방

            한 죄는 진실로 참회하기 어렵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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