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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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위앙록


            니 하는 것이 관점을 달리하는 말[兩頭語]임을 깨닫는 그 순간
            스스로 안다.지금 처음 발심한 사람이 인연 따라 한 생각에 본

            래 이치를 깨달았으나 비롯함이 없는 여러 겁의 습기를 당장 없
            애지는 못하므로 그것을 깨끗이 없애기 위해서는 현재의 업과
            의식의 흐름을 다 없애야 하는데,이것을 닦는다 하는 것이지

            따로 닦게 하는 이치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법을 듣고 진리를
            깨치는 데 깊고 묘한 진리를 들으면 마음이 저절로 밝아져서 미

            혹한 경계에 머무르지 않게 된다.그렇긴 하나 백천 가지의 묘
            한 이치로 세상을 휩쓴다 할지라도 나아가 자리 잡고 옷을 풀고
            앉아서 스스로 살 꾀를 낼 줄 알아야 할 것이다.요약해서 말하

            자면,실제 진리의 경지에는 한 티끌도 받아들이지 않지만 만행
            을 닦는 가운데서는 한 법도 버리지 않는다.만일 단도직입으로

            깨달아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허망한 생각이 모두 녹아지면 참
            되고 항상함이 그대로 드러나고 진리와 현실이 둘이 아닌 여여
            한 부처이다.”




               2.
               등은봉(鄧隱峯)스님이 위산에 도착하자마자 큰방으로 들어가

            상판(上板)위에 의발(衣鉢)을 풀어놓았다.스님은 사숙(師叔)이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먼저 예의를 갖추어 큰방으로 내려가 인

            사를 하려 했다.은봉스님은 스님이 오는 것을 보자마자 벌렁
            눕더니 자는 시늉을 하였다.스님은 이를 보고 방장실로 그냥
            돌아갔고,은봉스님은 떠나 버렸다.조금 있다가 스님께서 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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