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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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위앙록


               “나타날 때엔 앞뒤를 말할 수 없습니다.”
               이 말에 앙산스님이 나가 버리자 스님께서 말했다.

               “사자가 허리가 부러졌도다.”



               15.

               동산(洞山)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여기 계시는 동안 선(禪)을 배워서 깨달은 이는 누
            구입니까?”

               “ 내가 처음으로 이 산에 살기 시작했을 때 한 사람이 있었으
            니 석두(石頭)의 손자이며,약산(藥山)의 아들이다.”



               16.

               앙산(仰山)스님이 밭에서 돌아오니 스님께서 물었다.

               “밭에는 몇 사람이나 있던가?”
               앙산스님이 삽을 땅에 던지고는 차수(叉手)하고 서자 스님께
            서 말했다.

               “오늘 남산(南山)에서 많은 사람들이 띠풀을 베더라.”
               이에 대해 어떤 사람이 순덕(順德)스님에게 물었다.

               “위산스님이 말하기를 ‘남산에서 여러 사람이 띠를 벤다’한
            뜻이 무엇입니까?”
               순덕스님이 대답했다.

               “개가 왕의 사면장을 물고 가니,신하들이 모두 길을 피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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