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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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스님이 대답했다.
“내 머리가 필요하거든 찍어 가거라.”
그 스님이 설봉(雪峯:822~908)스님에게 가서 물으니,설봉
이 주장자로 입을 쥐어박으면서 말씀하셨다.
“나도 동산(洞山)에 다녀온 적이 있다.”
6.
어느 날 밤에 등불을 켜지 않고 있는데 한 스님이 나서서 설
법을 청하거늘 스님이 시자에게 ‘등불을 켜라’하였다.시자가
등불을 켜니 스님이 말씀하셨다.
“아까 이야기를 청하던 스님은 나오라.”
그 스님이 나서니,스님이 말씀하셨다.
“밀가루 두서너 홉을 이 스님에게 갖다 주어라.”
그 스님이 소매를 떨치고 나갔는데 그 후 이 일로 깨친 바
있어 의발을 받고 한 차례 공양을 차렸다.삼사 년을 지나 하직
하니 스님이 말씀하셨다.
“잘 가라,잘 가라.”
이때 설봉스님이 곁에 모시고 있다가 물었다.
“저 납자가 떠났는데 언제 다시 오겠습니까?”
“ 한번 갈 줄만 알았지 다시 오는 것은 모른다.”
그 스님이 큰방에 가서 의발을 자리에 풀어놓고 천화(遷化)하
였는데 설봉스님이 보고서 알리니,스님이 말씀하셨다.
“그렇다고 해도 나보다는 3생쯤 뒤졌다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