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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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조동록
11.
한 스님이 물었다.
“경전에 말씀하시기를,‘맹세코 일체 중생을 다 제도하고서
내가 성불하리라‘하였는데 무슨 뜻입니까?”
“ 마치 열 사람이 과거에 응시했는데 한 사람이 급제하지 못
하면 아홉 사람이 모두 급제치 못하거니와,한 사람이 급제하면
아홉 사람이 모두 급제하는 것과 같다.”
“ 스님께서는 급제를 하셨습니까?”
“ 나는 글을 읽지 않았다.”
12.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름이 무엇인가?”
“ 아무개라 합니다.”
“ 무엇이 그대의 주인공인가?”
“ 지금 스님 앞에서 응대하는 바로 이것입니다.”
“ 애달파라!요즘 학인들은 거의가 이렇구나!그저 당나귀 앞
이니 말 뒤니 하면서 자기의 안목을 삼고 있으니 이래서 불법이
침체되지 않을 수 없구나.객 가운데 주인[客中主]도 가릴 줄 모
르니 어떻게 주인 가운데 주인[主中主]을 가려내랴.”
“ 무엇이 주인 가운데 주인입니까?”
“ 그대가 말해 보라.”
“ 제가 말하면 객 가운데 주인[客中主]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