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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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祖堂集 113
이에 대해 다른 이야기가 있다.두 스님이 길동무가 되었는
데,한 사람이 병이 나서 열반당(涅槃堂:절 안에 늙고 병든 사
람을 돌보는 집)에서 쉬고 한 사람은 간호했다.어느 날 병난 스
님이 길동무에게 말하였다.
“내가 떠나려는데 같이 갑시다.”
그러자 간호하던 스님이 대답했다.
“나는 병도 없는데 어째서 같이 가겠소?”
“ 아직까지는 동행했다 할 수 없고,이제부터 같이 가야 비로
소 동행입니다.”
“ 좋소.그렇다면 내가 스님께 가서 하직을 고하고서 가겠소.”
그리고는 스님께 가서 앞의 일을 자세히 고하니,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것은 그대가 할 일이니,잘 다녀오라.”
그 스님이 다시 열반당으로 가서 둘이 마주 앉아 온갖 일을
이야기하고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초연히 떠났다.
설봉스님이 이 법회[法席]에서 공양주[飯頭]를 맡고 있었는데,
그들이 차례로 떠난 것을 보고 스님께 가서 말했다.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아까 와서 스님께 하직을 고하고 간
스님 둘이 열반당에서 마주 앉아 죽었습니다.”
스님이 말씀하셨다.
“이 두 사람은 그렇게 갈 줄만 알았고 전해 올 줄은 몰랐다.
내게 비한다면 3생이 뒤졌다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