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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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조동록
7.
스님께서 어느 때 대중에게 설법하셨다.
“나에게 헛된 명성이 자자한데 누가 없애 주겠는가?”
어떤 사미가 나서서 말했다.
“스님 법호를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자 스님께서 백추(白槌)를 치면서 말씀하셨다.
“이제 나의 헛된 명성은 사라졌다.”
이에 석상 경저(石霜慶諸:807~888)스님이 대신 말하였다.
“아무도 그를 긍정할 이가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다시 물었다.
“아직도 헛된 명성이 세상에 남아 있는 것을 어찌하겠습니
까?”
“ 장삼이사(長三李四)는 남의 일이다.”
운거(雲居)스님이 대신 말하였다.
“헛된 명성이 있으면 우리 스승이 아니지요.”
조산(曹山)스님이 대신 말씀하셨다.
“예로부터 오늘까지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소산 광인(踈山匡仁:唐末五代人,曹洞宗)스님이 말씀하셨다.
“용은 물에서 나오는 기개가 있건만 사람에게는 알아내는 재
간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