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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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조동록


               “부처님의 위로 향하는 일[向上事]을 체득해야 그래도 이야
            기를 나눌 자격이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말할 자격입니까?”
               “ 이야기를 할 때엔 그대는 듣지 못한다.”

               “ 스님께서는 들으십니까?”
               “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그때 가서 들을 것이다.”



               15.
               스님께서 어느 때 말씀하셨다.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만 리 밖에 가서 서야 한다.”
               한 스님이 이를 석상(石霜)스님에게 가서 말하니,석상스님이

            말했다.
               “문 밖을 나서면 어디나 풀밭이다.”
               스님이 이 말을 전해 듣고 말씀하셨다.

               “당(唐)나라 안에 그런 이가 몇이나 있을까?”



               16.
               염관(鹽官)스님 회상에 어떤 스님은 불법이 있는 줄은 알면서
            도 소임을 맡아 일하느라 수행을 못한 채 죽음에 이르렀다.귀

            신 사자[鬼使]가 와서 잡아가려 하니,그가 말하되 “내가 소임을
            보느라고 수행을 못 했으니,7일만 기한을 주시오”하였다.사자

            가 대답하되 “내가 가서 염라대왕께 사뢰어 허락하시면 7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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