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0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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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그런데 그대도 알고 있었던가?”
“ 바야흐로 한 빛이 될 때엔 깨달음[向上事]도 없는 것으로 압
니다.”
“ 깨달음엔 본래 한 빛이랄 것도 없다.”
“ 그 한 빛이란 것도 종문(宗門)의 종지가 아니겠습니까?”
“ 그렇지 않다.”
“ 그렇지 않다면 어떤 사람에게 말해 줍니까?”
“ 종문에 알아들을 이가 없기 때문일 뿐이니,그러기에 그런
사람을 위해서 말해 주는 것이다.”
“ 그렇다면 활짝 깨치는 이[頓]도 있고 근기가 낮은 이[弱]도
있겠습니다.”
“ 내가 활짝 깨치는 이와 근기 낮은 이를 말했다면 삿됨에 빠
지는 것이다.”
“ 종문 안의 일을 어떻게 알아야 되겠습니까?”
“ 그 안의 사람이라야 한다.”
“ 어떤 사람이 그 안의 사람입니까?”
“ 내가 이 산에 살기 시작한 이래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 지금 사람 중에는 그런 이가 없다 해도 스님께서는 옛사람
을 만나면 어떻게 받으시겠습니까?”
“ 손을 펴지 않겠다.”
“ 옛사람의 뜻은 어떻습니까?”
“ 손을 펴지만 말라.”
“ 그렇게 하면 스님께서 무엇인가를 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