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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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五家語錄 99
4.천 화
이윽고 머리 깎고 목욕시키고 옷을 입히라 명하고는 종을 울
려 대중과 하직하더니,엄연하게 앉아서 천화(遷化)하셨다.그때
대중들이 울부짖고 통곡하며 한참을 지나도 그치질 않자 스님은
홀연히 눈을 뜨고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출가인이라면 마음을 사물에 붙이지 않아야만 진실한 수행
인이다.삶을 수고롭게 하고 죽음을 애석히 여기며 슬퍼한들 무
슨 이익이 있으랴.”
다시 일을 주관하는 스님에게 우치재(愚痴齋)를 준비하라 하
셨다.대중들이 그래도 연연해하자 7일 간을 연장하였다.음식
과 도구가 갖추어지자 스님은 대중을 따르다가 재가 다하자 이
윽고 말씀하셨다.
“절집이 무사하려면 대체로 떠날 때 시끄럽게 요동하지 말아
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