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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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五家語錄 95
背風無巧拙 電火燦難追
4.
스님께서 몸이 편칠 못하여 사미(沙彌)더러 운거스님에게 말
을 전하라 하고는 부촉하였다.
“그가 혹 스님께선 편안하시더냐 하고 묻거든 운암의 길이
차례로 끊겼다고만 말하라.그대는 이 말을 하고서 멀리 서 있
어야만 한다.그가 그대를 후려칠까 두렵구나.”
사미는 뜻[旨]을 알아차리고 가서 말을 전하였더니 말이 끝
나기도 전에 벌써 운거스님에게서 한 방을 맞았다.그러나 사미
는 대꾸가 없었다.
동안 현(同安顯)스님은 대신 말하였다.
“그렇다면 운암스님의 한 가지가 떨어지진 않았다 하리라.”
운거 석(雲居錫)스님은 말하였다.
“상좌야 말해 보라.운암스님의 길이 끊겼는지,끊기지 않았는
지를.”
숭수 조(崇壽稠)스님은 말하였다.
“옛사람이 후려쳤던 이 한 방망이의 의도는 무엇이냐?”
5.
스님께서 열반[圓寂]하면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부질없는 이름이 세상에 남게 되었으니 누가 나를 위해
서 없애 주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