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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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러분에게 법어 한 칙(則)을 들려 주겠으니 귀를 기울여
듣거라.”
그리고는 한참 말씀이 없다가 어떤 스님이 나와서 절을 올리고
질문을 하려는 차에,스님은 주장자로 쫓아내면서 말씀하셨다.
“이런 부류는 부처 종자를 없애고 길다란 선상에서 밥이나 받
아먹는 중일 것이니,함께 무슨 말을 할 가치가 있으랴.썩은 나무
등걸이나 치는 이런 놈은 주장자로 한번에 쫓아내야 한다.”
“ 대중이 구름같이 모여들었으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좋겠습니
까?”
“ 향하(向下)*의 문장은 기니 내일 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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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럴 땐 어떻습니까?”
“ 떨어진다[墮].”
“ 어디로 떨어진다는 것입니까?”
“ 길다란 선상에서 배불리 먹고 아무 쓸데없는 허망한 말을 지
껄이는구나.”
“ 영산회상의 법회가 오늘만이야 하겠습니까?”
“ 말 속에 메아리가 있구나.”
“ 지금의 일은 어떻습니까?”
“ 번거롭지 않다면 다시 물어보거라.”
* 향하(向下):향상(向上)을 종승(宗乘)의 본분사,즉 본래면목을 깨치는 일로
정의할 때,그 깨달음을 가지고 세상에 응하는 작용의 측면에서 하는 말이다.